티스토리 뷰

반응형

산중에 밤이 깊어지면, 오두막 밖은 칠흑 같은 어둠입니다. 문명의 불빛이 닿지 않는 이곳에서는 오직 하늘만이 스스로 빛을 냅니다. 툇마루에 나와 앉아 차 한 잔을 우립니다. 찻물이 식어가는 동안, 문득 세상의 많은 이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에 젖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.

사람들은 흔히 슬픔을 불행이라 여기고, 고독을 형벌이라 여깁니다.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십시오. 우리가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은, 아직 마음이 딱딱하게 굳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. 메마른 나무는 울지 않습니다. 죽은 돌멩이도 울지 않습니다. 오직 생명이 있고, 피가 돌고, 여린 감성이 살아있는 존재만이 물기를 머금을 수 있습니다. 그러니 흐르는 눈물을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. 그것은 당신의 영혼이 아직 맑게 깨어 있다는 투명한 신호입니다.

또한, 홀로 있다는 것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습니다. 텅 빈 방에 홀로 있을 때야말로 우리는 비로소 바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습니다. 시끄러운 장터에서는 결코 들을 수 없던 소리들 말입니다. 살갗을 스치는 바람의 결, 새벽녘 창호지에 번지는 푸르스름한 빛,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이 녹아내리는 소리... 이 모든 것은 오직 고요한 혼자만의 시간 속에 있는 사람에게만 허락된 우주의 속삭임입니다.

진정한 부유함이란 창고에 재물을 가득 쌓아두는 것이 아닙니다. 아무것도 가진 것 없어도,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맑은 눈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넘치도록 가진 사람입니다. 저 광활한 우주가 건네는 별빛을 담을 수 있는 시선이 남아있다면, 당신의 삶은 결코 비천하지 않습니다.

무언가를 더 얻으려 애쓰기보다, 이미 당신에게 주어진 감각들을 사랑하십시오.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가슴과 빛을 볼 수 있는 눈동자.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자격이 있습니다.

행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. 지금, 살아 숨 쉬며 이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는 당신의 그 생생한 감각 속에, 이미 온전하게 깃들어 있습니다. 빈 뜰에 바람이 붑니다. 당신은 살아있습니다. 그거면 되었습니다.

반응형

'일상다반사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그 빛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  (0) 2025.11.20
공지사항
최근에 올라온 글
최근에 달린 댓글
Total
Today
Yesterday
링크
TAG
more
«   2025/11   »
1
2 3 4 5 6 7 8
9 10 11 12 13 14 15
16 17 18 19 20 21 22
23 24 25 26 27 28 29
30
글 보관함